중앙일보가 24일자 사설에서 최근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나 ‘김태호 최고위원 사퇴는 경박한 처신’이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정쟁만 일삼는 국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김 의원의 진정성을 시종일관 억지 논리로 내리 깎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는 명분이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다…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득권 포기가 최고위원 사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의 무능과 직무유기에 대한 항의라면 최고위원이 아니라 의원직을 던져야 한다.”

여기서 ‘국회의 무능과 직무유기에 대한 항의라면 최고위원이 아니라 의원직을 던져야 한다’라고 했는데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이다. 그가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이유는 정쟁을 일삼으며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국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누가 반성하는 의미에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는 의원이 있었나.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자리보전에 급급했고, 정쟁만 일삼았지,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의원은 없었다. 그리고 ‘최고위원이 아니라 의원직을 던져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대선까지 바라보는 ‘야망’이 있는 김 의원에게 팔과 다리를 다 자르라고 하는 말과도 같다. 최고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것만으로도 용단을 내린 것이다. 또 지역구민이 앉혀준 국회의원 자리이다. 김 의원이 독단적으로 하고 말고를 정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당 대표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려면 오히려 당내에서 열심히 활동해야 마땅하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기득권’이라고 했는데 이를 봉사가 아니라 특권으로 여기는 의식 자체가 오만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를 뽑는 경선은 지난 7월 네 차례 지역연설회와 두 차례 TV토론을 거쳤다. 당원 선거인단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여론조사로 참여했다. 김 의원은 표를 달라고 호소했으며 당원과 국민은 그를 3위로 뽑았다. 그런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놓고는 별로 설득력 없는 이유로 불쑥 퇴장하고 있다.”

사설은 ‘당 대표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려면 오히려 당내에서 열심히 활동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앞 문장에서는 ‘최고위원이 아니라 의원직을 던져야 한다’고 해 놓고선 뒤에 와서는 ‘당내에서 열심히 활동해야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앞뒤가 상충되는 표현이다. 사설은 또 ‘김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기득권이라고 했는데 이를 봉사가 아니라 특권으로 여기는 의식 자체가 오만한 것이다’라며 김 의원의 의식구조까지 들먹이고 있다. 최고위원 자리가 기득권이 아니면 무엇이 기득권인가. 당내에서 일반 의원과 최고위원의 입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순전히 봉사만을 위해 최고위원직에 도전하는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야망이 큰 사람일수록 다양한 요직을 경험하려고 한다. 최고위원직도 어느 정도는 봉사의 의미가 있지만 기득권을 누리는 자리임에는 분명한 만큼 ’기득권이라고 생각하기에 오만했다‘는 표현은 억지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별로 설득력 없는 이유로 불쑥 퇴장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처럼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한 때가 있었나? 지금의 상황에서 국회의원 각자가 반성하고 나라를 위해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행위를 김 의원은 최고의원직 사퇴로 표현했다. 이것보다 더 명분 있고, 설득력 있고, 파괴력 있는 선택이 어디에 있겠는가.

상대방이 보인 진정성을 믿지 않는 것만큼 큰 죄는 없다. 그때부터 생사람 잡는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무책임한 사설로 김 의원의 진정성을 비판하지 않길 바란다.

 

                                                                   2014년 10월 24일

                                                                대한민국정상화감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