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2일 한 달간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끝에 투표자 1만313명 중 97%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12년 만에 가장 높은 13만2천13원의 임금 인상안 등을 들고 나왔지만 사측은 “회사가 어렵다”면서 죽는 소리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지난 24일 ‘1조 손실 회사에 돈 더 달라 파업한다는 현대중 노조’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노조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현대중공업이) 올 상반기 1조3천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1973년 창사 이래 가장 큰 손실이다. 세계경기 침체로 선박 주문이 급감했고, 해외 플랜트에서도 저가 수주로 큰 손실을 보고 말았다. 노사(勞使)가 힘을 합치고 부담을 나눠져도 헤쳐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회사는 최고경영진을 물갈이한 데 이어 이달 중순엔 임원 3분의 1을 감축했다. 이 와중에 노조는 정반대로 월급 올리라며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노조는 애초 나흘로 예정됐던 파업 찬반 투표 기간을 노조원 참여가 저조하자 무기 연장하는 변칙까지 동원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어려운 사정을 부각시키면서 이런 상황에 임금인상을 요구한 노조에게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지적을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모르겠는가? 그들이 이처럼 어려운 형편에도 임금 인상 요구를 접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사측의 불신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32년이 지났다. 입사 당시 회사 사장이 영원한 사장인 줄 알았다. 지금 대충 기억해도 사장이 10여 명이 바뀌었다”면서 “하나 같이 ‘회사가 어려우니 참아 달라’고 하더니 자신들은 명예 퇴직금으로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챙겨서 나가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조합원들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회사의 엄살 때문에 오로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19년 동안을 묵묵히 죽도록 일만 해 왔다. 그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오늘날 26개의 계열사가 딸린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듯 조합원들은 회사를 위해 소위 ‘이 한 몸 받쳤건만’ 회사는 조합원들의 피땀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도 예나 지금이나 “회사가 어렵다”는 죽는 소리만 하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그때도 회사가 어렵다는 말이고, 지금도 회사가 어렵다고 한다. 환율이 올라가도 어렵고, 내려가도 어렵단다. 조선 경기가 안 좋아 어렵고, 배를 많이 수주해도 저가 수주해서 어렵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최근 회사 임원들이 임금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했단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은 정말 애사심이 많은 분들이라 눈물 나도록 존경스럽고 본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라고 꼬집었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이 같은 긴축경영을 임금을 적게 올려주려는 ‘꼼수’이며 언론플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사측은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태다.

현대중공업 임원들은 지난해에도 평균 10억 원의 보수를 챙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그토록 어려운데도 말이다.

임원들이 이번에 임금의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이 조합원은 “양심에 찔려 보수를 조금 내 놓겠다는 건가. 아니다 임원들도 피땀 흘려 노력한 만큼 보수를 받아가라. 마찬가지로 조합원들도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 1위의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다. 이토록 성장한 배경에는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지난 1995년 이후 19년간 파업 없이 노사 합의를 이끌어 가며 오늘날의 현대중공업그룹을 키워냈다.

이런 조합원들이 자신이 노력한 대가를 조금 요구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잘못인가. 이를 암담하다고 생각하는 조선일보의 사설이 더 암담한 이유다.

조선일보는 언제까지 재벌의 편을 들 것인가.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한 땀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이를 시대적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하는 자세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은 그동안 19년 동안 침묵하면서 살아왔다. 그들에게 언제까지 침묵을 강요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조선일보가 진정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이라고 자부하고 싶다면, 아니 그렇게 인정받고 싶다면, 재벌의 편에서 노동자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사설을 쓸 것이 아니라 현실을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세부터 갖기 바란다.

 

                                                               2014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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