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일각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의 가석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법질서를 지켜야 할 책임이 큰 여당의 대표가 앞장 서 재벌 총수의 가석방을 거론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오늘 “경제 위기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힘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는데,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현재 형을 살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죄를 지어서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나오라는 게 아니고 살 만큼 산 사람들이 나와서 경제를 살리는 데 나서라는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기업인들이) 나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전달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업인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조현아 문제와는 완전 별개의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고 한다.

서슬 퍼렇게 재벌 총수들을 잡아넣었다가 경제를 살리려면 은전을 베풀어야 한다며 슬며시 풀어줘 온 건 역대 정권에서 한두 번 본 풍경이 아니다. 이번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똑같은 논리를 들고 나왔으니 식상할 뿐이다. 구속된 재벌 총수가 경제활성화에 헌신한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거다.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대기업이 돈주머니를 풀어야 하는데 재벌 총수들이 구속된 마당에 누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매양 듣던 소리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러니 재벌 총수들의 법을 우습게 알고 횡령과 배임을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

이 정부는 재벌 사면론을 제기할 처지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면권을 남용해선 안 되고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관행은 끊어져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공약집에도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못 박았다. 당선인 시절에는 이명박 정부가 특별사면을 추진하자 강력한 제동도 걸었다. 그래선지 SK 최태원, CJ 이재현, 태광 이호진 회장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김무성 대표가 슬그머니 가석방을 제기하고 있으니 이미 사면 방침을 정하고 여론을 떠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도대체 배임과 횡령 등과 같은 비리 혐의로 처벌 받은 재벌 총수들을 사면·복권하는 것과 경제활성화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불법 경영 승계, 불법 정치자금 제공 같은 만성적인 기업 비리에 대한 단죄가 오히려 필요하다. 재벌 총수 범죄에 대해 유독 편향된 법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유린하고, 국가경제 발전을 저해한다. 재벌 총수 등 힘센 기업인들에 대해 검찰은 봐주기 수사를 하고,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서둘러 사면까지 시켜주는 일이 반복된다면 법의 정의는 설 땅이 없어진다. 노동자들에게는 그토록 필벌(必罰)을 강조해온 정부와 새누리당이다. 필벌과 법치(法治)는 힘 있는 이들에게 먼저 적용될 때, 당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할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남발되는 것은 법치를 흔들고,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발도 경계돼야 하지만, 경제활성화를 미끼로 재벌 총수 등 비리 기업인들을 석방하는 기만적 행태는 더더욱 없어야 할 것이다.

 

                                                               2014년 12월 24일

                                                   대한민국정상화감시단 대변인 김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