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비리 혐의 등으로 구속된 비리 재벌 총수 등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최 부총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9월에도 똑같은 발언을 했다가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던 최 부총리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청와대에 직접 비리 재벌 총수를 가석방해야 한다고 건의를 했다는 점과 집권 여당의 대표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까지 가세했다는 점이다.

최 부총리에 이어 김 대표도 전날 “(형기를) 살 만큼 산 사람들이 나와서 경제를 살리는 데 나서라는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에 이어 김무성 대표까지 이런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청와대에서 이미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의혹을 갖게 한다. 새누리당에서는 김 대표가, 정부쪽에서는 최 부총리가 나서 바람을 잡고 청와대가 못 이기는 척 이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내수경제를 살려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려는 최 부총리와 김 대표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과연 현 시점에서 이들의 언행이 적절한지는 되짚어 볼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로 비교적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당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실천과제를 제시하면서 대기업집단의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재벌 총수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금세 보석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났던 기존의 낡은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는 공정경제와 경제적 약자 보호를 양 축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뤄내겠다던 박 대통령의 의지에 힘입어 상당한 관심을 모았고,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2년여 만에 말이 바뀌고 있다. 아니 돌변했다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이제는 한 술 더 떠서 불법행위로 감옥에 들어 간 비리 재벌 총수들의 가석방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지금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의 부적절한 처신, 법과 정부 위에 군림하는 오만함과 시대착오적인 언행이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제는 불법행위를 한 비리 재벌 총수들을 위해 가석방을 언급하는 것이 과연 박근혜 정부의 원칙인지, 새누리당이 말하는 ‘보수의 혁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불과 2년여 만에 감춰진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정치적 도리가 아니다. 이는 대국민 기만행위요, 대국민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다.

실정법을 어겨 사법부가 단죄한 비리 재벌 총수에 대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법무부장관이 가석방을 행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과 사법부가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범죄행위를 적발하고 사법적 판단을 내린 데 대해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사면권이나 가석방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면 사법체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사면권이나 법무부장관의 가석방 권한은 국민화합 등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사돼야 한다.

특히 비리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 불신이 남아 있다. 특히 비리 재벌 총수나 경영진 등에 대한 처벌은 그 범죄 행위에 비해 대단히 미약하다. 반면 노동자 등 일반 경제사범들에 대한 처벌은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 그런 마당에 비리 재벌 총수 등에 대한 형이 확정돼 죗값을 제대로 치르기도 전에 이들을 사면 또는 가석방시킨다면 누가 법과 질서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최 부총리와 김 대표가 가석방을 요청하는 이유도 적절치 못하다. 비리 재벌 총수들이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로 인해 경제활성화의 불씨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들을 꼭 풀어줘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들의 경제적 공헌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명백히 실정법을 어김으로써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중대한 경제사범이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이들의 범죄는 다른 일반 형사범죄보다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경제살리기라는 말로 포장해 죄 지은 사람이 죗값을 치르기도 전에 풀려나는 사회가 어떻게 통합이 되겠는가. 오히려 사회계층 간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사회 분열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최 부총리는 왜 모르는가.

최 부총리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핑계로 비정상의 과거로 퇴행하는 일을 정당화하려 해선 안 된다. 최 부총리가 지금처럼 비리 재벌 총수의 가석방이나 사면을 하지 못해 안달복달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더 큰 혼란과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하는 바이다.

                                                     2014년 12월 25일
                                              대한민국정상화감시단 대변인 김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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