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황’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내일 있을 예정이다.

책임 회피성 사과와 거짓 해명에 증거 인멸까지,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 국민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검찰은 지난 24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이틀 이면 이루어지는 영장실질심사가 조 전 부사장에게만 유독 6일이나 뒤에 열리는 등 특혜시비까지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 임하는 국토부와 서승환 장관의 행태는 사건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애초 이번 사건이 터지고 국토부가 조사에 들어갈 때, 국토부 조사관 중 대한항공 출신 2명이 끼어 있다는 우려가 나올 때 서 장관은 “괜찮다.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던 서 장관이 오늘 국토부 조사의 부실과 대한항공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근 국토부와 항공사(대한항공) 간의 유착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항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으로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감사 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적발된 관련자는 엄중하게 처벌을 하는 등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사과했다. 관련자 8명도 징계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기 회항사건 조사과정에 대한 의혹에 대해 서 장관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뒤 “초기 대응 미숙과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공정성 시비, 조사관과 대한항공과의 유착 문제 등은 국민 실망감은 물론 우리 국토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조직 수장으로서 조사단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보냈음에도 항공감독관 중 한 명이 대한항공과 유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데 대해 큰 실망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감사 결과 등을 토대로 쇄신책을 조속히 마련·시행하겠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고 스스로 자백한 것이다.

서 장관은 불과 2주 전인 지난 16일 언론 등을 통해서 ‘땅콩 회항’ 사건을 조사하는 국토부 조사관 중 대한항공 출신 2명이 포함돼 있어 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때 “국토부의 조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장담했었다. 그는 “조사관 중에 대한항공 출신이 들어가 있지만 자신 있게 단언하건데 공정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없다고 100% 확신 갖고 얘기할 수 있다. (항공감독관) 6명 가운데 사고 경위를 따지는 위원은 국토부 공무원 4명이며, 대한항공 출신인 항공안전감독관 2명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 의견을 공무원들에게 전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국민들과 언론이 우려했던 대로 김모(54) 조사관이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에게 조사 정보를 넘겨주는 등 사건 은폐를 주도했다가 검찰에 구속되기까지 하지 않았나.

특히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국토부 공무원들이 상습적으로 대한항공 측으로 좌석승급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일부 공무원은 금품까지 받은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국토부 내부의 비리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들끓는 여론이 이 정도의 조치로 가라앉을 지 미지수다. 국토부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그 책임은 서 장관의 몫이다. 서 장관이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의혹과 불신을 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4년 12월 29일

                                                                 국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