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논조에 따라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으로 분류한다. 원론적으로 이것은 여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화방송(MBC)은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에 따라 공영방송이다. 방송법 44조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문진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따라서 MBC의 방송 공정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공영방송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적 책임, 즉 존재의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MBC가 과연 이 같은 규정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단연코 아니다. 아니 MBC의 과거와 현재의 행적을 보면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맞다.

요즘 세간의 이슈는 이완구 대한민국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다. 지난 10일, 이 후보자가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가진 사석에서 한 발언의 녹취전문이 공개되면서, 언론도 통제하려는 그의 ‘충격적인 언론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발언 요지는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 주고. 나, 언론인 지금 이래 살아요.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 주고, 총장도 만들어 주고…”,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시켜버려야겠어.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 등이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각 언론들은 앞 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유독 MBC 뉴스에서는 관련 내용을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MBC는 해당 녹취록을 보도하기는커녕 한 언론사의 언론 취재윤리 문제로 사안을 몰아갔다.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한 시각이었다. MBC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최대한 축소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철저히 ‘공방’으로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언론관·병역 공방 반성한다’, ‘투기 의혹 주거 목적이었다’, ‘녹음파일 공개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3개의 리포트를 통해 전했다. 이 리포트 모두 새누리당의 프레임 그대로다. MBC는 이 후보자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했다. 또 MBC는 이 후보자의 녹취록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으면서, ‘녹음파일 공개 취재윤리 위반?’ 리포트를 통해 “녹음파일의 실체가 밝혀졌다. 이완구 후보자가 사석에서 한 발언을 언론사 기자가 몰래 녹음을 했고, 또 이 녹음파일을 야당 측에 넘겨준 것”이라며 ‘취재윤리’의 문제는 제기했다.

MBC의 이 같은 편향된 보도행태는 작년 세월호 참사 때도 문제가 됐었다. 당시 MBC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애써 외면하며 유가족을 폄훼·모욕하는 보도를 내보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MBC는 “공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내부 기자들의 항의가 있을 때마다 무수한 징계와 보복을 가했다. 입만 벙끗해도 탄압의 몽둥이가 날아들고 해고의 칼이 춤췄다. 이런 MBC를 과연 언론 자유의 보루 노릇을 할 언론기관이라고 어느 누가 인정하겠는가. MBC 경영진은 MBC의 저널리즘 정신을 파괴하고 구성원의 기본권을 짓밟은 사람들로 역사에 기록될 지경이다.

작년 9월에는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여당에는 ‘양보는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야당을 향해서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에 경고장도 보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설화’(舌禍)에 언론은 정색했고,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이때도 유독 MBC만 박 대통령의 발언을 톱뉴스로 내보내면서 유족들의 반발을 전하지 않았다. 다른 언론들이 최소한 박 대통령의 화법이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와중에 유독 MBC만은 최소한의 균형마저 상실한 것이다.

‘권력의 주구 방송’, ‘정권의 시녀 방송’으로 전락한 MBC는 축소·은폐·누락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MBC는 한쪽 편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보도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공영방송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국민을 등지고 정권만 바라보는 보도 행태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15년 2월 11일
                                                            국제언론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