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에 대한 언론의 대우는 속보일 정도로 우호적이다. 종종 재벌의 잘못을 준엄하게 비판하는 언론도 존재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언론이 재벌에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경제를 주로 다루는 경제전문지의 경우 재벌을 비판하는 기사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찬양일색이다. 왜 그럴까. 재벌은 건들면 안 되는 성역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단언 하건데 기자도 사람이고, 언론사도 경제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광고비로 언론사를 먹여 살리는 재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금전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돈 준 자는 상전이 되기 때문에 언론의 기능은 그 순간 허물어지고 만다.

설에 지역 민심을 파악하고 돌아온 여야 정치권이 오는 23일부터 상임위를 가동해 아직 처리되지 않은 12개 경제활성화법안과 ‘김영란법’ 등 주요 현안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한다. 소위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걸려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직자가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여러 차례 나눠 받는 경우를 감안해 동일인에게 300만 원을 초과해서 받는 경우도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언론인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정무위 논의 막판 단계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함께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공직부패를 뿌리 뽑자는 김영란법의 취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일각에서는 언론인을 과연 폭넓은 의미에서 공무원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언론인이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고,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직간접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김영란법에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것은 옳다. 더욱이 언론인의 경우 직업윤리가 다른 어느 직종보다 강조돼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언론인도 부정한 돈을 받으면 처벌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타당하다. 요즘은 촌지가 사라졌다지만 취재원에게 밥을 얻어먹는 언론인들은 여전히 많고, 술 접대와 향응을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언론인도 엄연히 존재한다.

언론인이 본업인 취재는 제쳐두고 사교에만 열중인 경우, 홍보기사가 나오면 해당기관 또는 기업체의 간부를 반드시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 생색을 내는 경우, 기사는 쓰지 않으면서 약점을 잡아 은근히 겁을 주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비의 유형이다. 이권 개입이나 책자를 강매하거나 광고를 강요하는 등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난 불법행위를 일삼은 언론인, 언론사 간부를 사칭하거나 유명인과의 가짜 친분을 앞세워 간행물을 강매하거나 기사무마 조건으로 억대 이권 개입까지 저질러온 언론인은 무조건 퇴출돼야 한다.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는 전체 언론계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가뜩이나 언론인들을 더욱 더 어렵고 궁색하게 만드는 것은 독자들의 신뢰 추락이다. 원리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사이비가 활개를 치는 경우를 지나온 과거를 통해 종종 목격해 왔다. 그들은 대부분 올바른 길을 걷지 않고 시류에 일시적으로 영합하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말로 사람을 혼란시키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이다.

언론인들의 윤리의식과 기자정신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양심적으로 활동하는 많은 언론인들마저 사이비로 취급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아울러 사이비 언론을 계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돼야 한다. 김영란법에 언론인도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언론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사회 구석구석의 비리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도덕성을 의심받고, 감시와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언론계 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불행이다. 언론계 전체의 공멸을 막고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 언론은 지금이라도 비리 언론인 색출과 처벌 등 치열한 자정작업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언론으로 자리 잡기 위해 언론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2015년 2월 20일
국제언론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