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6년 동안 YTN의 공정보도를 저해하는 등 정권의 눈치보기와 언론탄압에 앞장섰던 배석규 사장에게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하자 언론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가 명목상으로는 케이블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는 20일 퇴임을 앞 둔 배석규 사장이 정권의 꼭두각시로 언론탄압을 자행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배석규 사장은 지난 13일 있었던 ‘케이블TV 20주년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산업훈장은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이날 케이블업계 인사 37명이 표창을 받았는데, 그 중 상격이 가장 높은 훈장을 배석규 사장이 받았다.

있을 수 없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배석규 사장에 대한 훈장수여가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YTN을 경영 악화와 보도 침체의 늪에 빠뜨린 배석규 씨에게 대통령이 동탑산업훈장을 줬다”면서 “YTN의 보도를 망가뜨려 이른바 ‘종편’들과 ‘뉴스 Y’를 성장시킨 공로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배석규 씨가 YTN 사장으로 있는 동안 YTN의 경영 상황은 극도로 나빠지고 경쟁력은 밑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평일 접대골프’, ‘밥솥 횡령’, ‘자사 특종 망치기’ 등의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사내 비판을 막기 위한 징계와 고소, 고발이 난무하면서 회사는 갈등의 늪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YTN노조는 배석규 사장에 관해 “무엇보다 권력 감시와 견제의 사명을 다하고 국민에 충성해야 할 언론사 사장이지만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팀이 작성한 ‘YTN 내부 동향’ 문건을 거론한 것이다. 당시 이 문건은 배석규 사장에 관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정식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전 정권이 이를 타개할 출구전략으로 언론탄압을 선택했고, 그 첫 번째 타깃을 YTN을 선택하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 씨를 YTN 사장으로 낙하산 선임하자 YTN 노조원들은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다가 2009년 3월 총파업에 돌입했다.

구본홍 사장이 사태 해결을 하지 못하자 해결사로 나선 인물이 바로 배석규 당시 전무다. 구본홍 사장이 물러나고 사장직무대행을 맡게 된 배석규 당시 전무는 인사 전횡을 휘두르며 강력하게 노조를 탄압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팀이 배석규 전무에 대해 “정권에 충성할 인물이니 사장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보고했고, 배석규 사장직무대행은 정식 사장에 오르게 된다.

이후 배석규 사장에 의해 ‘보도국장 추천제’가 폐지된 후 YTN 보도 공정성은 크게 흔들렸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리포트는 불방 되기 일쑤였다. 뉴스 프로그램의 형식과 질은 종편과 차이가 없었다. 정권 눈치만 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포기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한 차례 연임으로 6년 동안 YTN을 이끈 배석규 사장 체제 아래에서는 경영 실적도 날로 악화됐다. 배석규 사장이 처음 사장직에 오른 시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매출 수치가 형편없다. 작년 3월 YTN 공시에 따르면 2013년 영업이익은 76억8천7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5.7% 감소했다. 매출은 1천201억2천400만 원으로 3.0%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2억7천400만 원을 기록해 33.7% 감소했다. 실적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다 작년 상반기에는 영업 손실만 73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해직기자 복직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대법원 항소심 판결에서 해직기자 6명 중 3명은 복직을 구제받았지만, 나머지 3명은 안타깝게도 복직을 못하게 됐다. 기가 막힌 사실은 배석규 사장이 복직기자 3명에게 ‘5개월 정직’ 징계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직기자인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는 이를 ‘재징계’로 규정하고 사측을 상대로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렇듯 공정보도를 저해하고 YTN의 내부 갈등만 키운 배석규 사장에게 대통령 훈장이라니 될 법한 말인가. 지난 6년의 재임기간 동안 저지른 언론탄압 행태와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묻지는 못할망정 대통령 훈장을 수여하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2015년 3월 15일
                                                                     국제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