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을 적자 위기로 몰아넣어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권오갑 사장이 노조로부터 또 고발당했다. 지난 3월 여사원 희망퇴직과 관련해 ‘부당노동행위’로 대검에 고발당한 이후 두 번째 고발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어제 “회사가 특별격려금을 지급하지 않아 권오갑 사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가 2014년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특별격려금 100만 원을 지난 4월 안에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2015년 상반기에 경영상황이 개선되면 특별격려금을 지급하고, 노조는 회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합의했으나 아직 경영 상황이 나아지 않는 등 특별격려금 지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형편이 어려워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얘기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해 9월 위기에 빠진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경영을 맡아 왔지만, 형편이 좋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 1분기 수주액은 지난해 1분기의 ‘반 토막’ 수준에 그쳤다. 수주실적이 총 60억5천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인 124억4천300만 달러의 48%에 불과했다. 특히 조선부문 수주가 대폭 줄었다. 1분기 누적 조선 수주액은 총 14억4천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인 74억1천200만 달러의 19%에 불과했다. 수주 규모가 80%나 줄어든 것이다. 권오갑 사장의 무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적자는 특정 기업의 일시적 부진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계와 경제 전반에서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의 비중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조선·해양플랜트야말로 대한민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끌어올린 밑뿌리 산업이자 자동차·전자와 함께 수출을 떠받쳐온 달러박스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기술력, 외형 등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려온 터다.

큰 문제는 이 같은 적자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시장 전망이 어두운 데다 원화강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하반기 중 또다시 대규모 손실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영업 최우선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2012~2014년 연속으로 수주·건조·수주 잔량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중국 조선업계가 질적 경쟁력까지 갖출 경우 현대중공업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게 뻔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실적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면서 신용등급이 ‘AA-’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이 업황부진 장기화로 수주잔고의 질적 하락이 나타나거나 영업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신용등급 하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 1위의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다. 이토록 성장한 배경에는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지난 1995년 이후 19년간 파업 없이 노사 합의를 이끌어 가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그룹을 키워냈다.

노동자들의 이 같은 피땀 어린 노력 덕분에 조선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기적을 일궈낸 현대중공업을 오늘 날 이 지경으로 만든 권오갑 사장은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와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2015년 5월 15일
                                                              국제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