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2012년 12월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조환익 씨는 전형적인 ‘관피아’다.

조 씨의 한전 사장 취임 이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낙하산 인사들의 소굴로 변질됐고, 방만 경영은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한전의 홍보 내용을 그대로 베껴 조환익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덕분에 조 씨는 한국표준협회에서 선정하는 ‘최고경영자상’까지 수상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 씨는 지난 1월 연임이 결정됐다. 1년을 연임하게 된 조 씨의 임기는 오는 12월16일다. 한전 사상 연임 사장은 8대 박정기 씨와 11대 이종훈 씨 등 두 명뿐이었다. 조 씨는 또 한전, 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사장 ‘3관왕’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이런 조 씨를 한전 내부에서는 ‘행운의 사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전과 조 씨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적자에서 흑자로의 전환’이 조 씨의 경영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지독하게 든든한 배경의 도움 덕분이며, 그 수혜를 고스란히 조 씨가 입었다는 얘기다. 그런 조 씨가 권력이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들을 반대할 수 없는 허수아비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로인해 한전이 낙하산 소굴이 된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한전과 조 씨가 내세우는 치적은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을 흑자로 전환시켰다는 것이다. 조 씨가 연임하게 된 것도 이런 성과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조 씨의 이런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결과적으로 조 씨의 경영능력이라기 보다는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만든 실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 씨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 한전은 유가 하락 속에서도 두 차례나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국민들의 지갑을 털어 적자를 메웠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한전은 방만 경영으로 허튼 데 돈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 적자가 생길 수 없는 구조다. 국가 발전 산업 부문에서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가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송배전부문과 소매부문은 100% 장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전이 거둬들이는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한전의 지난해 수익은 매출액 59조 원, 영업이익 11조 원, 당기순익 13조 원이나 된다.

결국 조 씨의 성과라는 흑자는 정부와 권력자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국가 전력산업을 독점하는 등 막대한 잇속을 챙기면서 나온 것이지 조 씨 개인의 경영능력이 탁월해서 생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한전의 부채 감축도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에게 삼성동 본사를 팔면서 나온 매각대금 10조5천억 원이 투입됐기 때문이고 보면 조 씨 개인의 역량 덕분이라고 볼 수 없다.

조 씨가 사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4년 기준 한전 부채금액은 108조9천억 원에 부채비율은 198.6%였는데, 삼성동 본사 매각대금이 투입됐다 하더라도 아직 한전의 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조 씨는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흑자 성과 덕분에 지난해 11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최고경영자상’을, 한전은 ‘대한민국 좋은 기업상’을 받았다고 하니 한국표준협회의 수상자 선정기준이 얼마나 허술한 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조 씨는 상을 받을 인물이 아니라 비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지침·규정·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배째라식 방만 경영과 한전을 낙하산 소굴로 만든 책임이 조 씨에게 있다.

지난해 6월 한전의 비발전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KDN, 한전원자력연료 등이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부당하게 지급하는 방만 경영을 지속하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들통이 났다. 이에 감사원이 급여성 복리후생비 집행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고위간부 등에 대해서 징계처분을 내리라고 문책을 요구했지만 한전KPS 등 4개 회사는 감사원으로부터 연봉제 도입으로 성과급이 과다하게 지급되지 않도록 성과급 지급률을 낮추라는 지적을 받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로써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73억 원의 성과연봉을 과다 지급했다.

또 한전 비발전자회사들은 지난 2010년 8월 감사원으로부터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무상지원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으나, 한국전력기술은 2011년 16억 원, 2012년 22억 원, 2013년 17억 원을 대학생 학자금으로 무상으로 지원했다. 여기에다가 또 조 씨의 한전은 퇴직자단체 측과 특혜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조 씨 때문에 한전이 낙하산 인사의 온상이 됐다는 점이다.

조 씨의 한전은 지난 달 25일 임시주총을 열고 상임감사위원에 전 경찰청장 이성한 씨, 비상임 감사위원에 전 국회의원 조전혁 씨를 재선임했다.

이 씨와 조전혁 씨는 에너지 분야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조 씨는 이런 결정을 강행했다. 특히 조전혁 씨의 경우 한전 사외이사를 맡다가 지난 4월13일 총선에서 인천 남동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다시 한전 사외이사로 복귀시켰으니 이런 불공정 인사는 유례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1월 상임감사에서 물러나 총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검사 출신 변호사 안홍렬 씨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당직을 맡은 경력이 있다. 또 지난 3월 사외이사를 중도에 퇴임한 전 사외이사 안현호 씨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이다.

이처럼 조 씨가 사장으로 있는 한전의 사외이사에는 정피아, 관피아, 법피아들이 거의 독차지하며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 씨 자신이 관피아 출신인데다가 정부와 권력의 특혜를 등에 없고 있으니 낙하산 인사를 막을 능력이 처음부터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무자격 마피아들이 한전의 감사와 사외이사라는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조 씨의 방만 경영을 견제할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감사원이 지난 3월 한전그룹사에 대한 기관운영감사에서 17건의 위법 및 부당사항과 제도개선 사항을 적발한 것만 봐도 조 씨의 방만 경영은 심각하다.

주인 없는 공기업의 수장 자리에 있는 조 씨의 도덕적 해이와 한전을 관리해야 주무부처의 소극적인 감독이 이런 방만 경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조 씨를 지난 1월 연임하게 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형환 씨도 책임을 져야 한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있다가 지난 1월 산업통산자원부로 승진한 주 씨의 첫 작품이 조 씨 경질이 아니라 조 씨 연임이었으니 결국 주 씨나 조 씨나 한통속이다.

업계에서는 더 곯아 터지기 전에 한전을 시급히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 씨의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를 막고 방만 경영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비리와 사건사고로 얼룩질지 모른다.

                                                  2016년 5월 12일

                                               대한민국정상화감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