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를 가르치는 〈효경〉(孝經)이라는 책에는 그 첫머리에, “사람의 몸이나 모발이나 피부는 다 부모님이 주신 것이니 감히 훼손치 아니 함이 효도의 시작이니라”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론 이발소가 생겨서 남녀가 머리를 깎고 다듬는 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도 아니면서 머리를 칼로 밀어 반들반들하게 하는 남자들이 간혹 있지만 대머리만 아니라면 한두 달 두면 머리가 자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형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코나 입술에 칼을 댄다던가 털을 깎아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은 〈효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피부에 문신을 하는 일은 본디 원시사회의 남성들이 숲속의 맹수들이나 또는 대적하는 부족들과의 한판 육탄전을 예상하고 몸에 문신을 하여 되도록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해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맞붙어 칼부림을 해야 하는 일본의 야쿠자들은 상대의 기를 우선 죽이기 위해 흉측한 문신을 하였을 것입니다.

요새는 동서의 운동선수들이 앞을 다투어 문신을 하는데 격투기 같은 매우 동물적이고 과격한 싸움을 직업으로 삼는 젊은 사람들이 문신의 선두주자들입니다. 이 ‘광란의 시대’에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문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신에 쓰이는 물감의 대부분을 한국의 어떤 기업이 도맡아 재미를 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원시시대로 돌아갈 필요도 없고 인류가 앞으로 문신을 즐길 가능성도 희박한 데 어쩌자고 문신이 이 시대의 괴질처럼 창궐하여 순박한 우리들의 삶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입니까?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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