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아들딸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 하는 아버지나 어머니는 아마도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할 때에는 그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진실된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 살아야 할 미래를 생각할 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을 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한때는 영토나 왕위를 노리고 정책적인 결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왕의 자리나 이에 따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을 뿐 배우자에 대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혼이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이 생기면서 재벌들 사이에 혼사를 맺는 일이 비일비재이고, 때로는 권력을 가진 집안이 재력이 있는 집안과 사돈 관계가 되는 것을 우리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결혼이 사랑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에 파경의 비운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남녀의 사랑에는 진실이 있기 어렵다는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하여 결혼 같은 복잡한 수순을 밟지 않고 동거만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게 허송세월한 젊은 날들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남자와 남자, 또는 여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도 일종의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리적으로 전혀 다른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 말로 하나의 진솔한 예술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 또한 예술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결혼 주례를 하는 경우에, 두 사람이 커다란 캔버스 앞에 붓을 들고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또는 두 사람이 대리석 한 덩어리를 앞에 놓고 함께 조각가가 되어 작품을 만들려는 예술가의 정신을 가지고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 합니다. 그림이건 조각이건 예술가적인 숭고한 정신을 가지지 않고는 가정이라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나는 주변에서 진실한 사랑으로 일구어 낸 가정들을 많이 보면서 인류가 머지않아 멸망할 것같이 말하는 거짓 선지자들의 예언을 반박합니다.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이 존재하는 한 인류의 미래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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