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가 성장한 아이스레벤에도 농민들 사이에는 우상이 도사리고 있었고 미신이 판을 쳤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박한 상항에서 하나님께 약속한 일들을 지키지 않는다. 그러나 사탄이 사방에서 날뛰고 있다고 믿었던 루터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그가 법과 대학을 그만두고 수도원에 들어가 신학을 공부하여 성직자가 되겠다고 하였으니 그의 아버지의 실망이 얼마나 컸겠는가? 아버지 루터는 오랜 세월 그 아들을 용서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로마 가톨릭교회를 공격하는 <95개조 논제>를 발표하고, 그가 시작한 종교 개혁 운동이 서구 사회를 뒤흔들어 놓고 마침내 유명한 인물이 된 것을 보고야 그 아들을 용서 하였다고 전해진다.

오늘의 개명한 사람들의 의식을 가지고는 결코 이해 할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고, 기독교 때문에 교황 아래 하나가 되었던 유럽은 드디어 무너지고 말았다. 가톨릭교회는 우상으로 낙인이 찍혔고, 16세기는 신교와 구교가 벌인 전쟁으로 인해 반목과 분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면죄부를 사고파는 우상 숭배의 시대는 가고, ‘구원’의 능력이 성직자 교황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에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500년의 세월이 흐르며 성서가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압도적인 시대가 도래하였다. 사제들의 성범죄도 엄청나다는 사실이 판명되고 천주교의 사제들에게도 결혼의 자유가 부여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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