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윤기설 기자, 정부와 경영계가 고용한 청부업자를 자처하는가?

-임태희 노동부 장관, 은행원의 월급과 타임오프 간에 무슨 관련이 있는가?

 

금융노조는 지난 5월1일 새벽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노동계 추천위원을 배제한 채 공익위원과 경영계 추천 위원들만으로 타임오프를 ‘날치기’ 표결처리한 것과 관련하여 ‘원천무효’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한국노총의 교섭 및 투쟁력 부재를 지목하며 한국노총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노조에 대해 정부와 언론은 사태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부자노조’ 운운하며 사태를 호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금융노조는 이러한 정부와 언론의 태도가 그동안 정부가 소위 말해온 ‘국격’과 또 언론이 자처해온 ‘공론’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5일 “대한민국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은행노조가 타임오프에 불만을 품는 것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균형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임태희 장관에게 묻는다. 도대체 은행원의 월급과 날치기 통과시킨 타임오프 간에 무슨 관련이 있는가. 정부와 공익위원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고려하여 타임오프 한도를 산정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임태희 장관의 이 같은 ‘잠꼬대’ 같은 발언이야 말로 “균형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악의적 보도행태다. 특히 한국경제 윤기설 노동전문기자는 정부와 경영계의 대변인인지 기자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패악이 심하다. 윤 기자는 5월6일자에 노동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금융노조의 전임자 축소반대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기사에서 노동전문가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윤기설 기자가 인용한 노동전문가들이란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등으로 노동전문가와 거리가 멀다. 이들은 그동안 경영계 편향의 교수들로 노동계에서 악명을 떨친 인물들이다. 특히 남성일 교수는 현재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고 전임자 문제에 있어 균형있는 코멘트를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이 기사에서 남성일 교수는 “선진국에선 전임자 축소를 문제 삼아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노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노조와 같이 임금이 많은 부자노조가 전임자를 유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수의 자질마저 의심되는 낯부끄러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선 한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노조 전임자를 축소한 사례가 없다. 그러니 전임자 문제로 실력행사를 하는 노조도 없는 게 당연하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단 한군데도 없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노동전문이라는 윤기설 기자와 남성일, 조준모 교수가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며 사태를 호도하는 윤기설 기자와 남성일, 조준모 교수야 말로 ‘후안무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윤기설 기자의 후안무치한 기사는 이 뿐만이 아니다. “눈도장만 찍고 노조일은 뒷전, 전임자 너무많다”(4월26일), “(한국)은 전임자 천국, 전임자가 얼마나 많으면 노조 내 할 일 없이 놀고먹는 전임자들이 넘쳐날까”(4월28일), “놀고먹는 전임자 퇴출”(5월3일) 등 그동안 전임자 임금과 관련하여 철저하게 정부와 경영계 편향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쯤 되면, 정부와 경영계가 고용한 노조말살 청부업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무리 한국경제의 대주주가 경영계라고 하지만, 언론이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정도는 있다. 그것은 취재원과의 거리두기를 통한 보도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윤기설 기자에게 기자라는 직함은 과분한 것이자, 기자 전체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이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명색이 ‘노동부’ 장관이라면, 최소한 사회적 약자인 ‘노동’에 대한 우선 배려가 있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자 ‘월급’ 운운하며 전임자 축소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나라는 단언컨대 우리나라 밖에 없다.

 

국회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노동자 위원을 배제한 채 표결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금융노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이다. 근면위가 반칙을 했기 때문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이러한 반칙을 용인한다면, 더 이상 노동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밝힌다. 정부와 언론이 정도로 돌아오는 것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2010년 5월 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양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