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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여인들
 
記者 김동길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로 <적과 흑>을 쓴 ‘스탕달’(본명: 마리앙리 벨)은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자기를 사랑해 준 여인들과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하여 자신의 가죽 허리띠에 그 여인들의 이름을 적어 놓고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수가 많았건 적었건 역시 작가다운 기발한 생각이라고 나도 젊어서 생각해 본 적이 있긴 했지만 감히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였다.

 

나이가 90살이 넘어 황혼이 점점 짙어가는 이 때, 홀로 석양에 서서 이 여인 저 여인을 생각하게 된다. 본디 싫어한 여인들이라면 그들의 이름인들 기억하리오마는 내 가슴에도 크건 작건 어떤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오늘도 이렇게 회상을 하며 연인들의 이름이 적힌 스탕달의 혁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제 그리운 여인들의 이름을 적을 혁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은 고무줄로 허리띠를 삼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지만 젊은 후배들이여,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거든 잊지 말고 그 이름들을 혁대에 적어 두어라. 그러나 이 여인 저 여인이 거기 적힌 다른 이들의 이름을 보지는 못하게 하여라. 경고하노니, 어리석은 사람들이 그리하기 시작하면 결과는 불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스탕달처럼 지각 있는 속셈으로 사리 판단을 올바르게 하여 그대들의 삶 속에 비밀은 비밀대로 영원히 간직해야 한다. 비밀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영국의 계관시인 테니슨의 장편 서사시 <이녹 아덴>의 주인공 아덴이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내 ‘애니’를 찾았지만, 남편이 죽은 줄 알았던 ‘애니’는 이미 남편 친구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애니’의 행복을 망치지 않기 위하여 사랑하는 ‘애니’를 창 밖에서 바라보고도 ‘애니!’라고 한마디 불러 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그 사나이를 생각하여 보아라. 인생이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김동길

Kimdonggill.com


 
기사입력: 2019/08/23 [05:35]  최종편집: ⓒ 국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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