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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 여신의 머리가 아닐까
 
記者 김동길
 
 

    우리나라에서 세계 여행의 붐이 일어난 것은 80년대 일이었다고 기억한다. 해외여행이 호황을 누리던 그때 나도 그 물결을 타고 이집트, 희랍, 로마 등 세계 곳곳을 여러 번 다녀왔다. 한때 파리에 관광 오는 외국인들 중에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능가했다는 말도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이집트 어디에선가 조그마한 여신의 두상 하나를 구입한 적이 있다. 그 물건을 사고 왼편을 바라보니 테베(Thebes)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을 뿐 내가 그 표지판을 본 장소가 정확하게 어디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기야 희랍에도 테베라는 도시가 있긴 하다.


    그 조각은 상당한 세월을 거친 것 같긴 했지만 머리나 얼굴에 손상은 전혀 없고 정말 건강한 모습의 여성이었다. 그대로 보관할 수가 없어 그 작품을 세워놓을 단을 하나 마련해야 했다. 대리석을 깎아 그 위에 놓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 작품의 가치는 모르면서 그런 큰 투자를 할 수가 없어서 알고 지내던 미술대학 교수에게 그 받침을 하나 부탁하였다. 까만 칠을 한 정육면체의 대를 만들고 그 위에 그 여성의 아름다운 두상 조각을 올려놓아 작품을 만들어서 나에게 돌려주었는데 지금까지 수십 년 잘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요새 내가 가진 책에서 이 것 저 것 살펴보다보니 희랍의 어떤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여신상의 얼굴과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여러 미술 서적에서 그 여신의 모습을 찾아 사진을 찍어 비교도 해 보았는데 우리와 같은 아마추어가 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희랍 사람들이 위생과 건강의 여신이라고 떠받들던 ‘Hygeia'(하이게이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것이 바로 그 건강의 여신이라고 단언할 실력은 안 된다.


    이 작품이 제대로 주인을 만났으면 아마 대리석 위에 자리 잡고 그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도 많으련만 무식한 사람의 손에 수십 년 있으니 제대로 감상해 본 사람도 없다. 이 조각의 주인이 건강의 여신(Hygeia)라고 단정할 수만 있으면 이 조그마한 미모의 여성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라고 느껴진다. 어쨌건 인생이란 묘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김동길

Kimdonggill.com


 
기사입력: 2020/09/29 [05:27]  최종편집: ⓒ 국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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