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는 것이 세제의 원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들딸이 없기 때문에 내가 지니고 살아온 집이나 물건을 물려줄 사람도 없다. 그러나 아들딸이 있다고 해도 크나 적으나 유산을 남겨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다고들 한다.

    교묘하게 이 구석 저 구석을 꿰뚫어보고 증여세를 적게 냈다가 세무당국에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비싼 호화주택만 아니라면 아들이나 딸에게 부모가 사는 집 한 채를 그냥 물려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장사속으로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집을 마련하여 그 집에 사는 아이들이 편하게 살게 하다가 장차 아들딸들이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가꾸고 꽃밭도 손질 하면서 가풍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야 문화가 계승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상속을 받게 되면 상속세를 내기 위하여 증여 받은 집을 팔아야 할 처지가 된다고 하니 그런 불합리한 제도가 어디에 있는가. 그냥 그 집에 살게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상속세 낼 돈이 없다면 그 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도 하니 그렇다면 남겨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예전의 장자 상속법이 다 옳은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아들딸 구별 안 하는 것도 잘 하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나름대로 장자상속법에도 이치가 있는 것 아닐까. 방 한 칸은 아들을 주고 다른 한 칸은 딸을 준다는 건 공평한 것이 아니라 무례한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요새 특별히 든다.

    정권을 담당한 사람들은 모든 것에 세금을 요구한다. 물론 국가나 단체를 운영하기 위하여 필요하긴 하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세금도 거두는 것인데 세금 문제 때문에 나라를 미워하게 만든다면 국가의 행복을 창조할 수는 없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상속세 없이 만들어줘야 가정이 숨도 고를 수 있지 않겠는가. 집 한 채도 아들딸에게 물려줄 수 없는 세상이 오래 유지되면 비관론이 팽배해질 뿐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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