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수에 관하여 여러 번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쩌다 나 자신이 장수하는 사람들의 틈에 끼어들었기 때문인데 우리 조상들의 간절한 소망이 오래 사는 것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사십 정도밖에 안 되던 때가 그리 오래 전은 아니다. 동양인들이 다섯 가지 복으로 꼽는 것들 가운데 오래 사는 것은 그 첫 째였다. 옛날에는 산모의 건강뿐 아니라 태어나는 아이들의 건강도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류 전체의 평균수명이 사십도 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고 들었다.

   지구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이 구십을 넘도록 오래 사는 것은 아니고 그 중에 아직은 소수만이 백 세를 바라보게 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 김씨 가운데는 구십을 넘도록 오래 산 조상이 한 사람도 없다. 나도 장수를 축복이라고 여겼던 시대를 살았지만 오늘은 내가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장수의 철학이 오늘의 나의 삶을 만족시키지는 못 한다. 오래 살고자 하는 지나친 욕망은 그 내용을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람이 오래 살아서 영광이 무엇인가. 이미 구십을 넘은 사람들은 다 장수하는 사람이라 칭하는데 옛날처럼 단명한 것 보다는 오래 살아주는 것이 우리를 낳아준 부모나 조부모나 형제를 생각할 때 마땅한 일이라고 여겨지기는 한다. 그러나 장수를 갈망하는 잘못된 철학 때문에 가치 없는 생존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라 나는 믿는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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