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의 아이들이 담임선생을 모시고 학급의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그 사진을 한 장 나누어 받은 어린이마다 그 사진에서 맨 먼저 찾는 것은 제 얼굴입니다. 담임선생 얼굴도 아니고 친한 친구 얼굴도 아니고 오직 자기의 얼굴입니다.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못난 동물의 본성입니다.

각자가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인간은 그런 이기적인 본능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오늘의 인류는 이만한 수준의 문화와 사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면 ‘너’도 못살고 결국 ‘나’도 못삽니다. Thomas Hobbes 같은 훌륭한 정치 사상가는, 사람마다 이기적으로 나가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의 권력의 상당 부분을 국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그래서 현대적인 민주국가가 탄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선장과 선원이 모두 이기적이면 승객들의 삶이 위태롭고 마침내 <세월호>의 참극이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위기에 직면한 조국을 뻔히 보면서도 야당과 여당이 꼭 같이 이기주의로만 나가면 대한민국은 무너집니다.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면 어떻습니까? 우선 여당은 6‧4 선거에서 완패해도 마땅하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 사태 수습에만 전념하세요. 이기주의는 나라를 망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